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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대국민 선전포고 재확인에 그친 정부 담화


정부의 29일 대국민담화는 역시 경제 살리기를 명분으로 한 대국민 협박이자 선전포고 일 뿐이다. 발표 내용을 보면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 추가협상에 최선을 다했고, 국민이 정부에 요구했던 사항들도 대부분 반영되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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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창원 촛불문화제


그런데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겠다던 이명박 정부는 지금까지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 국민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었는지 조차 모르는 모양이다. 국민이 요구한 것은 추가협상이 아니라 재협상이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고 요구했던 사항들을 대부분 반영했다니 귀를 막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말이다.


그리고 28일 전쟁터 같은 촛불집회를 왜 시민들의 책임으로 돌리는지 모르겠다. 80년대식 진압을 한번 고려해 볼까 한다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말이 나온 지 이틀 만에 집회 초반부터 소화기로 선제공격을 해 결국 80년대 시위로 되돌려 버렸다.


그런 다음에 “소수 주도의 과격․폭력시위, 조직적 깃발시위로 변해가면서 급기야 어제 밤과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라는 말로 책임의 소재를 국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하나있다. 집회 초기 비폭력을 외치던 시민들이 어제는 왜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경찰의 폭력적 진압에 비폭력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오히려 명분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현장 취재기자들의 시각으로 보도된다.


고시 강행에 격분해 있는 시민들이 경찰의 폭력적 진압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강하게 반발했고, 이로서 시위가 과격하게 전개된 것이 28일의 촛불집회 양상이었다. 폭력성의 책임소재는 촛불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경찰에게 있다. 


담화문에서 더욱 기가 찬 것은 언론사에 대한 협조들이다. 정부가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있는 보도”를 당부했지만, 그 속셈은 조중동 식의 보도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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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창원촛불문화제

이번 촛불집회 보도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중계 등의 현장중심의 속보성 보도들이다.

그런 만큼 조중동 식의 빼고 더하고 하는 입맛에 맞는 형식의 보도가 어렵다. 또, 블로그를 통해 자발적으로 소식을 전하는 누리꾼이 많아서 사실의 왜곡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물론 시민들 속에서 취재하는 기자가 경찰의 피해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보도되지 않는 한계는 있다. 그래서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흥분한 전경들이 보호 장구조차 없는 시민들을 상대로 금속물질을 던져 부상케 하는 것이나, 쓰러진 여성을 군홧발로, 곤봉으로 무차별 가격하고 현장 취재기자들과 국회의원, 인권위 소속 사람들에게 마저 폭력을 휘두른 것은 사실의 왜곡은 아니다. 공권력을 빙자한 무차별적 폭력진압이 법질서 수호의 도구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대국민 담화를 보면서 정작 의문스러운 것은 뻔 한 내용의 담화를 한 이유이다.


“과격․폭력시위를 조장․선동하거나 극렬 폭력 행위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 검거하여 엄정하게 사법 조치할 방침”은 매 사안마다 나오는 전형적인 발언이다. 정부의 이런 입장이 있고 없고 간에 언제나 서민들은 부유층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받아왔다. 이런 협박성 담화로 촛불시위가 사라질 것으로 누구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종합해보면 이번 담화의 이유는 끝내 이명박 정부가 물리력으로 촛불정국을 정면 돌파 하겠다는 재확인 일 뿐이다. 강압으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때문에 한편으로 걱정이 된다. 얼마나 더 많은 촛불들이 피를 흘릴까 하는 우려이다.